경계없이 퍼져가는 불안한 메아리

어제, Odéon 극장에서 Bertolt Brecht의 “제3제국 시대의 공포와 참상”을 보았다. 현재 미국, 한국,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현상들과 놀랍게도 관련되어 있어,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 내내 발걸음이 무거웠다.

공포와 조작의 시대

Brecht의 작품은 나치 정권이 독일 사회에 침투하여 두려움과 의심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각 장면은 두려움이 인간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심지어 가장 친밀한 영역에서도 어떻게 조작과 통제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기가막히게 잘 보여준다. 이는 현재 정치적 편향과 잘못된 정보가 깊은 분열과 일반적인 불신을 초래하며 불신, 혐오, 배척의 문화가 빠르게 확장되는 현 사회현상을 연상시킨다.

위기의 이성

진실이 왜곡되거나 무시되고, 정의가 짓밟히며 인간의 이성이 쏟아지는 정보앞에서 갈대처럼 휘청거리는 세계. 공포정치를 행하는 정권하에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원칙과 인간성을 포기하는 극 속의 등장인물을 보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불편함과 마주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어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편향된 이야기에 의존하도록 유도하는게 전체주의의 기술이다.

미국, 한국, 프랑스에서는 극단주의와 배타주의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두려움과 페이크정보를 적극 이용하여 대중의 지지를 동원하며, 긴장과 분열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Brecht의 작품은 이러한 현상이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우리가 경각심을 유지하지 않으면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과거가 미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제3제국 시대의 공포와 참상”은 단순한 연극 이상의 작품이다. 이는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이다. 이 작품은 권위주의 정권이 우리 일상에 어떻게 침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분열과 조작의 세력에 맞서 진리와 정의를 지키는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수소리엔 즐거움과 환호보다는 묵직한 성찰이 배어있었다. 이는 마치 큰 거울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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