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극단의 2025년 신작 “여기, 용이 있다”는 아리안 므누슈킨(Ariane Mnouchkine) 연출로, 과거와 현재를 대담하게 연결하는 작품이다. 이 연극은 강렬하게 시작된다 : 거대한 스크린에 21세기의 ‘차르 푸틴’이 등장하고, 저음의 연설이 극장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스크린을 향해 달려가며 반복적으로 “STOP”을 외치면서 말이다.
30여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이 서사적 작품은 현대 러시아에서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직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무대 연출은 시각적으로 인상적이며, 빠른 장면 전환과 적절한 영상 활용을 통해 관객을 피카르디의 참호에서 페트로그라드의 다리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킨다.
불확실성이 만연하고 증오와 폭력의 정치가 모든 한계를 넘어서는 시대 속에서, 므누슈킨과 태양 극단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푸틴은 과연 갑자기 나타난 독재자인가? 현재의 비합리적인 현실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이 작품은 우리가 현재 저지르는 실수들의 뿌리가 가까운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지나치게 이상화한 역사 속에 존재한다고 암시한다.
동시에 이 작품은 신중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류 역사의 진정한 변화는 권력자들이 아니라, 권력의 포효 앞에서도 굴하지 않은 무수한 ‘이름 없는 들꽃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역사적 진보는 익명의 대중 없이는 불가능하며, 이 연극은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깊은 성찰과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Ici sont les dragons” Photo ©Lucile Coci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