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위기, 관객과 함께 새로운 대화 시작

Dispak Dispac’h를 만난 건 거의 1년 전이다. 2024년 3월 파리 15구 떼아뜨르 몽포 극장에서. 포럼연극에 관심을 갖던 터라 이 생소한 타이틀을 가진 포럼연극 혹은 다큐연극이라 소개 된 이 공연에 흥미를 가진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우구스토 보알이 대중화한 포럼 연극은 과거에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관심도가 약해진 것 같다. 아마도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이지 않을까까? 나 역시 연극을 시작했던 초창기 한참 관심을 두었다가 자연스레 잊고 살았고, 2020년 이후 다시시 보알의 책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2020년 이후 다시 보알을 꺼내들고, 포럼 연극 및 연극사에서 극장 밖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공연 양식을 들쳐보기 시작한 것은 내면에서 계속해서 올라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공연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수많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속에서 공연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우리는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만약 우리가 함께 생각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공연예술이 한 몫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맥락에서 Dispak Dispac’h를 보았고, 잊을 수 없는 예술적 경험을 하였다.

Dispak Dispac’h, 새로운 대화공간을 열다.

Dispak Dispac’h”는 연출가이자 작가인 파트리샤 알리오가 만든 작품이다. 제목은 브르타뉴어에서 온 것으로, “Dispak”은 “열린”을 의미하고 “Dispac’h”는 “선동, 반란, 혁명”을 의미한다. 이 공연은 2018년 인민 영구 재판소에서 이민자 및 난민의 권리 침해에 대한 GISTI의 고발서를 바탕으로 유럽에서 이주민과 난민의 권리 침해 과정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공연은 아고라 형식으로 진행되며, 관객과 배우들이 증언과 사색을 나누는 공간이 된다. 원형 공간을 사용하여 관객은 사건의 진행에 참여할 수 있으며, 공연 중에 신발을 벗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공동체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 공연이 인상적인 점은 질문을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민 문제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문제다. 이분법적인 답변을 제시하기보다는, Dispak Dispac’h는 이민과 망명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이해하고, 그 과정을 목격하며, 이민자와 난민을 수용하는 장소의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법적 어려움과 모순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하여 관객들 스스로 이민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Dispak Dispac’h의 가치라 생각한다.

우리는 복잡한 세계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단순한 이분법만으로는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디스토피아로 내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지성, 감성 그리고 공감능력이 재교육 되고 발휘되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야 하는 현장성이란 특성을 지닌 공연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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