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 기반을 다지다.

2편의 마지막에서 나는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
어떻게 창작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지금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AI와 함께, 한 사람이 공연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운영할 수 있는 Production OS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읽고 결론을 내리기보다, 내가 직접 부딪혀 보기로 했다.

3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바뀐 것은 AI에 대한 생각이 아니었다.
사람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AI가 얼마나 많은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지금은 질문이 달라졌다.
어떤 일은 AI에게 맡길 수 있고, 어떤 일은 끝까지 사람이 해야 하는가.

그 경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제안서를 준비하고, 예산을 구성하고, 공모사업을 분석하고, 정보를 조사하며,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초안을 만드는 일. 이런 업무는 체계를 갖출수록 더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반면 재정 파트너를 만나고 신뢰를 쌓는 일. 현장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며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는 일.
그것은 자동화되지 않는다.

여러 모금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한다 : 후원은 거래가 아니라 관계라고.

그래서 내 분업도 단순해졌다. 필드는 나. 데이터화는 AI.
그리고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 온라인에서 수집한 정보는 현장에서 검증되기 전까지는 죽은 데이터다.

이 분업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여기서 먼저 말하고 싶은 건, 그 분업을 돌리는 과정에서 배운 다른 하나다.

AI는 뛰어난 조력자이지만, 스스로 안정적인 시스템은 아니다.
짧은 작업에서는 정확하다.
하지만 다루는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대화가 길어질수록, AI는 실제 기록보다 대화의 흐름 자체를 더 믿기 시작한다.
이미 정리해 둔 것을 다시 흔들고, 합의한 방식을 잊고, 이미 만든 문서를 종종 잊고 다시 만들려고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패턴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하나의 원칙을 두었다 : Human-in-the-loop.
AI가 놓치는 것을 사람이 확인하고, 사람이 놓치는 구조를 AI가 드러내는 것.
서로의 약점을 비추는 구조다.

흥미로운 점은, 이 확인 과정이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던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루는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관계가 길어질수록, 더 자주 필요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라고 말한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내가 얻은 가장 큰 발견은 다른 곳에 있다.

AI는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지속 가능한 창작 시스템은 AI의 성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과 AI가 어떻게 함께 일하도록 설계하느냐 — 그것이 우선이다.

Production OS를 만들며 내가 처음 배운 원칙은 바로 그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원칙이 실제로 어떤 도구와 습관으로 자리 잡았는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공유해보려 한다.

Yoo · photographie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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