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

경제위기가 올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문화예술 예산은 언제나 가장 먼저 삭감 대상에 오른다.

무한반복되는 이 행위는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는 문화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자원이 부족해지면 문화는 잠시 미뤄도 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예술은 결코 부수적인 것이 아니었다. 노래와 이야기, 춤과 의식, 그리고 연극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것들은 지식을 전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공동체가 어려움을 함께 견디도록 도왔다. 수천 년 동안 문화는 사회를 이루는 필수적인 조건 가운데 하나였다.

문화를 ‘비필수’의 영역으로 분류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활동의 가치는 점점 경제적 생산성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무엇이 생산하는가, 무엇이 소비하는가. 무엇이 수익을 내는가, 무엇이 당장의 이익을 만들지 못하는가. 이런 기준 속에서 문화는 여가의 영역으로 밀려났고, 결국 ‘나중에 해도 되는 지출’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아마 경제위기 때마다 먼저 경제를 살리고 문화는 그다음이라는 반응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나라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문화예산을 줄인다. 반대로 어떤 나라는 사회가 어려울수록 문화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사회적 기반이자 공동체를 연결하는 공공재로 바라보며 오히려 투자를 이어간다.

결국 이 문제는 경제의 문제라기 보다 정치의 문제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누군가는 숲을 보는 정치를 하고, 누군가는 눈 앞의 이익을 쫒는 정치를 한다는 것이리라.

예산은 한 사회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지를 보여준다. 자원이 부족해질수록 무엇을 지키기로 선택하는지, 그 사회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그래서 진짜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문화를 지원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언제부터 문화를 더 이상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쩌면 ‘필수’와 ‘비필수’를 나누는 이 위계 자체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는 강자의 논리 가운데 하나는 아닐까?

Image : Yoo · photographie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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